급여 조건: 바꾸기 전에 어떤 공식으로 받는지 확인합니다
이 글은 회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예고했고, 현재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는 50대 초반 근로자를 위해 썼습니다. 이 독자는 DB형을 그대로 유지할지, 임금이 줄기 전에 확정기여형(DC형)으로 바꿀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존 글은 DB형은 회사가, DC형은 근로자가 운용 위험을 진다는 일반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이 글은 전환하는 날을 기준으로 임금 하락 위험과 운용 위험이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옮겨 가는지, 그 결과 퇴직급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명세서처럼 정리합니다.
DB형의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퇴직 직전 평균임금의 30일분에 계속근로연수를 곱해 정해집니다. 적립금 운용 결과와 관계없이 회사가 이 공식에 따른 금액을 지급하므로 운용 위험은 회사가 집니다. 다만 공식에 들어가는 평균임금이 퇴직 직전 임금이므로, 임금피크제로 마지막 몇 년의 임금이 줄면 줄어든 임금이 전체 근속연수에 곱해집니다. 따라서 DB형에서는 임금 하락 위험을 근로자가 집니다. 이 점이 이번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확인 절차는 두 단계입니다. 먼저 급여명세서와 취업규칙을 대조해 기본급 외에 어떤 수당과 상여금이 평균임금에 들어가는지 확인합니다. 임금피크제가 기본급만 줄이는지, 수당까지 함께 줄이는지에 따라 평균임금의 감소 폭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DB형에서 회사가 지는 위험은 운용 결과에 한정되고, 지급 의무 자체는 회사의 지급 능력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회사가 적립금 수준을 근로자에게 어떻게 알리는지도 퇴직연금 규약과 안내문에서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립 방식: DC형은 해마다 받은 임금이 그해 부담금으로 고정됩니다
DC형에서는 회사가 해마다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계좌에 부담금으로 넣고, 근로자가 그 돈을 직접 운용합니다. 한 번 들어간 부담금은 나중에 임금이 줄어도 깎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DC형에서는 임금 하락이 그해 이후의 부담금에만 영향을 주고, 과거 적립분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적립금의 수익률은 근로자가 고른 상품의 성과에 따라 달라지므로 운용 위험은 근로자가 집니다.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면 보통 전환 시점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해 그 시점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한 금액이 DC 계좌로 옮겨집니다. 이 금액은 전환일에 확정되며, 이후 임금이 줄어도 다시 계산되지 않습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과거 근속분은 DB형으로 남겨 두고 전환 이후 근속분만 DC형으로 적립하도록 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과거분의 임금 하락 위험이 그대로 남으므로 전환의 효과가 크게 줄어듭니다. 구체적인 산정 방법과 이전 절차는 회사의 퇴직연금 규약을 따르므로 규약 문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DB형 유지: 임금 하락 위험은 근로자가, 운용 위험은 회사가 부담합니다.
- 임금피크 직전 DC형 전환: 전환 전 근속분의 임금 하락 위험은 사라지고, 전환 후 적립금 전체의 운용 위험을 근로자가 부담합니다.
- 전환 후 부담금: 줄어든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이 해마다 적립됩니다.
판단 기준은 전환 시점의 임금이 남은 근속기간 가운데 가장 높은 구간인지 여부입니다. 임금피크제가 확정되어 앞으로 임금이 오를 가능성이 낮다면 지금 임금으로 과거분을 고정하는 의미가 큽니다. 반대로 임금피크제 적용 전에 승진이나 임금 인상이 예정되어 있다면, 전환을 서두를 경우 오히려 낮은 임금으로 과거분이 확정될 수 있습니다.
위험 항목: 가정 계산으로 본 임금 하락과 운용 결과
아래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이며 실제 사례가 아닙니다. 계산을 단순하게 하려고 평균임금 30일분을 월 임금과 같다고 보고, 상여금과 수당은 제외합니다. 근속 20년 시점의 월 임금이 600만원이고, 이후 3년 동안 임금피크제로 월 임금이 420만원으로 줄었다가 근속 23년에 퇴직한다고 가정합니다.
- DB형 유지: 420만원 × 23년 = 9,660만원입니다.
- 근속 20년 시점 DC형 전환: 이전 금액 600만원 × 20년 = 1억 2,000만원에 이후 3년 부담금 420만원 × 3년 = 1,260만원을 더해, 운용손익 반영 전 1억 3,260만원입니다.
- 차이: 운용손익과 수수료를 빼고 보면 3,600만원 차이가 생깁니다.
이 차이는 운용 성과가 아니라 임금 하락이 과거 근속분에 소급되느냐에 따라 생깁니다. 반대로 전환 후 1억 2,000만원 이상의 적립금을 원리금보장형이 아닌 상품으로 운용하다가 손실이 나면, 그 손실은 근로자에게 그대로 돌아갑니다. DC형 계좌에는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고, 수수료율은 금융회사와 계약에 따라 다르므로 가입 금융회사의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하면 운용 위험은 줄지만, 금리 수준에 따라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위험이 남습니다.
이 가정 계산을 판단 기준으로 바꾸면, 퇴직까지 운용 손실과 수수료를 합한 금액이 3,600만원을 넘어 DC 계좌가 1억 3,260만원에서 그만큼 줄어들 때 비로소 DB형 유지보다 불리해집니다. 따라서 자신의 숫자로 같은 계산을 해 보고, 그 차이만큼의 손실이 남은 기간 안에 날 수 있는 상품 구성인지를 따져 보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환과 변경: 시점, 되돌리기, 세금 처리를 확인합니다
전환의 효과는 임금이 실제로 줄기 전에 전환이 끝나야 생깁니다. 임금 감소가 시작된 뒤에 전환하면 이미 줄어든 평균임금으로 과거분이 계산될 수 있으므로, 임금피크제 적용일과 전환 신청·처리일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관련 법령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임금이 줄어 퇴직급여가 감소할 수 있는 경우 회사가 이를 근로자에게 알리고 감소 예상분을 산정하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회사에 예상 퇴직급여 산정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 첫 순서입니다. DC형에서 DB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규약에서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환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절차는 대체로 회사의 산정 자료 수령, 규약 확인, 전환 신청서 제출, DC 계좌 입금 확인, 상품 선택 순서로 진행됩니다. 입금 후 근로자가 상품을 고르지 않으면 미리 정한 운용 방법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계좌 개설 단계에서 그 지정 내용을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이전 금액이 회사 산정 자료와 일치하는지 입금 직후 대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회사 안에서 제도를 바꿔 적립금을 옮기는 것은 퇴직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므로, 그 시점에 퇴직소득세가 정산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퇴직 후 퇴직급여를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이전하면 퇴직소득세 과세가 이연되고, 연금으로 나누어 받을 때 감면된 세율이 적용됩니다. 감면 비율과 수령 연차별 기준은 국세청 연금 세제 안내에서 퇴직 시점 기준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퇴직연금과 별개로 받게 될 공적연금 예상액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조회할 수 있으며, 이를 함께 보아야 퇴직연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운용 위험의 크기를 정할 수 있습니다.
점검 목록: 전환 신청 전에 확인할 항목입니다
아래 항목은 특정 상품이나 제도 선택을 권유하려는 것이 아니며, 전환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빠짐없이 모으기 위한 목록입니다. 각 항목의 답을 문서로 받아 두면 이후 분쟁이나 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임금피크제 적용 시작일과 연차별 임금 감소율이 문서로 확정되었는지 확인합니다.
- 현재 평균임금과 피크 적용 후 예상 평균임금으로 계산한 DB형 퇴직급여 예상액을 회사에 요청합니다.
- 퇴직연금 규약에서 전환 신청 시기, 과거 근속분 이전 여부와 금액 산정 방식, 재전환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 이전 금액에 상여금·수당이 평균임금으로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합니다.
- DC 계좌의 수수료율, 원리금보장형·실적배당형 상품 구성, 미선택 시 적용되는 운용 방법을 확인합니다.
- 퇴직까지 남은 기간 동안 감당할 수 있는 손실 폭을 국민연금 예상액과 함께 정해 둡니다.
- 퇴직 후 IRP 이전과 연금 수령 시 적용되는 세금 기준을 수령 시점에 다시 확인합니다.
정리하면 임금피크제 직전 전환은 과거 근속분의 임금 하락 위험을 없애는 대신 적립금 전체의 운용 위험을 근로자가 넘겨받는 선택입니다. 임금 감소 폭이 크고 남은 근속기간이 짧을수록 앞의 효과가 커지고, 운용 경험이 적고 감내할 수 있는 손실 폭이 작을수록 뒤의 부담이 커집니다. 두 크기를 회사 산정 자료와 규약으로 직접 비교한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